염증은 우리 몸이 외부 자극이나 내부 손상에 반응하여 방어 작용을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염증 반응이 과하거나 만성화되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피검사를 통해 체내 염증 상태를 조기에 감지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표적인 염증 관련 피검사 항목인 C-반응성 단백질(CRP), 적혈구 침강속도(ESR), 그리고 백혈구 수치(WBC)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CRP (C-반응성 단백질) - 급성 염증의 빠른 지표
CRP는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급성 염증이 발생했을 때 혈중 농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세균 감염, 외상, 수술 후 회복 과정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에서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감도 CRP(hs-CRP)는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할 때 사용됩니다. 정상 CRP 수치는 일반적으로 0.3 mg/dL 이하이며, 1.0 mg/dL 이상이면 감염이나 염증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hs-CRP의 경우 1 mg/L 이하는 저위험군, 1~3 mg/L는 중간 위험군, 3 mg/L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수치는 감염이 진행됨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며, 치료 경과를 추적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CRP는 민감도가 높아 신속하게 염증 반응을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간단한 채혈로 진행되기 때문에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검사입니다.
ESR (적혈구 침강속도) - 만성 염증 확인에 효과적
ESR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속 적혈구가 침강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염증이 있을 경우 혈액 내 단백질 농도가 변하면서 적혈구끼리 뭉쳐 더 빨리 가라앉게 됩니다. 이로 인해 ESR 수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정상 ESR 수치는 남성의 경우 0~15 mm/hr, 여성은 0~20 mm/hr 정도입니다. 만약 이보다 높은 수치가 지속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결핵, 만성 감염, 암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ESR은 급성 염증보다는 만성적인 염증 상황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정 질환에 특이적이지 않아 다른 검사와 함께 해석해야 정확성이 높아집니다. ESR 검사는 진단보다는 염증 상태의 전반적인 경향을 파악하거나, 질환의 진행 경과를 관찰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백혈구 수치 (WBC) - 면역반응의 기본 지표
백혈구는 외부 병원체에 대항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감염, 염증, 알레르기 반응, 면역질환 등에 따라 백혈구 수치는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으며, 피검사를 통해 이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백혈구 수치는 4,000~10,000/µL이며, 이 수치를 초과하면 일반적으로 세균 감염이나 급성 염증, 백혈병 등의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반대로 수치가 낮아질 경우 바이러스 감염, 골수 기능 저하, 자가면역 질환, 특정 약물 부작용 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백혈구는 호중구, 림프구, 단핵구, 호산구, 호염구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각 세포의 증감 여부는 염증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호중구가 증가하면 세균성 감염, 림프구가 증가하면 바이러스성 감염 가능성을 나타냅니다. 백혈구 수치는 염증 상태의 전체적인 면역 반응을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염증 지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염증은 단순한 면역 반응을 넘어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CRP, ESR, 백혈구 수치와 같은 피검사 항목은 염증의 존재 여부와 정도를 확인하고, 원인 질환을 추적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조기에 염증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피검사를 통해 내 몸속 염증 상태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